많이 먹을수록 좋다?…식이섬유의 함정
유은성 기자 eunsung999@yulrinjournal.com 2026-09-07 07:45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의사 아미르 칸 박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최근 유행하는 '파이버 맥싱(Fiber Maxxing)'을 언급하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버 맥싱은 치아시드와 귀리, 콩, 양배추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활용해 하루 50g이 넘는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식습관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은 25~30g 수준이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이섬유를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평소 식이섬유를 많이 먹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섭취량을 크게 늘리면 소화기관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아미르 칸 박사는 식단에 섬유질이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섭취량을 한꺼번에 크게 늘려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수분 섭취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섬유질만 지나치게 먹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변비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의 소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설사와 탈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섬유질 섭취량을 늘릴 때는 수분 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식이섬유를 장기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섬유질은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 과정에서 신체에 필요한 일부 미네랄까지 함께 배출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장기간 섭취하면 철분과 칼슘, 아연, 마그네슘 등 필수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빈혈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가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성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급성 게실염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고섬유질 식단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미르 칸 박사는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려면 한꺼번에 양을 높이지 말고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서서히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내 유익균이 새로운 식단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식이섬유가 가진 건강상의 이점을 제대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버 맥싱을 시도할 때는 식재료 선택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대표적인 고섬유질 식품으로 꼽히는 치아시드는 반드시 섭취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 소화기학회(ACG)는 마른 치아시드를 그대로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치아시드는 물을 만나면 자기 무게의 최대 27배에 달하는 수분을 흡수하며 크게 부풀어 오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아시드를 먹을 때는 미리 물이나 음료 또는 수분이 있는 음식에 담가 충분히 불린 뒤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소 10~15분 정도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 먹는 방법이 권장된다.
식이섬유는 건강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지만 많이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SNS를 통해 유행하는 식단을 따라 할 경우 자신의 평소 식습관과 소화 능력을 고려해 섭취량을 서서히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