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가루와 폐유리로 그린 그림, 대체 어떻길래?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 작가 4인이 참여하는 기획전 '거리의 윤리'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물질과 신체, 그리고 관객 사이의 다양한 '거리'를 주제로, 아시아 작가들의 신작 20여 점을 통해 그 의미를 탐색한다.전시의 중심에는 김주리 작가의 거대한 흙덩이 설치 작품 '모습(某濕)'이 자리한다.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전시장의 습도에 따라 스스로 수분을 머금거나 내뿜는 이 작품은 견고함과 유연함의 경계를 허물며 물질의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작가는 이외에도 돌, 재, 폐유리 가루 등을 활용한 'desert' 연작을 통해 물질 고유의 성질과 시간의 흔적을 화면에 담아낸다.필리핀 작가 마리아 타니구치의 '벽돌 회화'는 거리감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 멀리서는 거대한 검은 단색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수천 개의 벽돌 형상이 각기 다른 질감과 색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관객은 작품 앞을 오가며 보는 행위 자체가 거리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탐구하게 된다.임노식 작가는 자신의 고향 여주의 풍경을 통해 기억과 인식 사이의 거리를 파고든다. 캔버스에 옮겨진 일상 풍경 위에 여러 겹의 오일 파스텔을 덧칠해 의도적으로 형상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이다. 선명하게 대상을 재현하는 대신, 겹치고 스며들게 함으로써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일본 작가 케이 이마즈는 역사와 현재라는 시간의 거리를 한 화면에 중첩시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인도네시아 침략이라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 인도네시아 여성의 평범한 노동의 순간을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가해와 피해의 기억이 현재의 일상과 어떻게 공존하고 충돌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거리'라는 포괄적인 주제가 네 작가의 개성 강한 작업을 하나의 명료한 메시지로 묶어내기에는 다소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물질의 본성, 인식의 과정, 역사적 간극 등 각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거리'에 대한 다층적인 해석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강렬한 울림을 준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계속된다.
금메달 양보 논란, 김길리가 밝힌 최민정과의 관계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쇼트트랙 여제로 떠오른 김길리(22)가 자신을 둘러싼 '양보설'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일부 네티즌들이 제기한 1500m 결승전 막판, 선배 최민정(28)이 의도적으로 자리를 내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김길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이 철저한 전략의 일부였음을 분명히 했다. 평소 경기 후반에 승부를 보는 스타일대로, 선두에서 체력을 소모하며 레이스를 이끌던 경쟁 선수를 뒤에서 견제하며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승선을 두 바퀴 남겨둔 시점, 폭발적인 스피드가 붙은 상태에서 추월을 시도했고 이것이 그대로 역전으로 이어졌을 뿐, 사전에 계획된 양보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오히려 김길리는 선배 최민정을 향한 존경과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 맞대결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많이 울었다고 고백하며, 당시 최민정을 경쟁자라기보다 '동반자'처럼 느꼈다고 회상했다. 특히 최민정이 마지막 레이스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응원해줬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울컥했다며,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를 드러냈다.역전의 순간에 대해서는 최민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며 주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금메달을 땄지만, 언니는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라고 거듭 강조하며 선배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이는 온라인에서 불거진 억측과 달리, 두 선수가 서로를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번 올림픽은 김길리에게 여러모로 드라마틱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대회 직전 분실했던 오륜기 금목걸이를 어머니가 다시 사주자 "금메달 2개를 딸 징조"라며 '액땜'으로 여겼고, 실제로 그 말은 현실이 됐다. 그는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은, 평생 잊지 못할 대회였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짧은 휴식을 마친 김길리는 3주 뒤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곧바로 훈련에 복귀할 예정이다. 올림픽 2관왕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 매며 도전을 이어간다.
VR로 배우는 생존수영, 세월호의 교훈은 어디로 갔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2014년 도입된 초등 생존수영 의무 교육이 12년째 겉돌고 있다. 학생들의 수상 안전사고 대처 능력을 기른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인프라 부족, 안전사고 책임 부담, 학생들의 참여 거부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가장 큰 문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영장 시설이다. 2025년 기준 전국 6,300여 개 초등학교 중 자체 수영장을 보유한 곳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22곳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대다수 학교는 원거리의 사설 수영장을 임차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교육 자체가 파행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동에만 2시간 가까이 소요되고 실제 교육은 30분 남짓에 그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인프라 문제에 더해 교사들에게 집중되는 안전사고 책임은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2022년 현장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담임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된 이후, 교사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학생 인솔부터 이동, 환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잠재적 사고의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적극적인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생존수영 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신체 노출에 민감한 학생들이 공용 탈의실과 샤워실 사용을 꺼리며 수업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자녀의 정서적 부담을 이유로 수업 불참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의무 교육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이러한 총체적 난국 속에 학교 현장에서는 '물 없는 생존수영'이라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영장 대신 교실에서 VR(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수영 동작을 흉내 내거나, 안전 수칙 이론 교육으로 실습 시간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생존 기술 습득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행정 편의주의적 보여주기식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결국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주도의 단체 교육을 폐지하고, 학생 개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생존수영 바우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학생 수준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고, 학부모 동행으로 안전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다. 교원 단체들 역시 과도한 행정 업무와 책임 부담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현재의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한다.